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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행동과 행정

Posted by aklinks on 2019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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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n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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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행동과 행정

사람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면 행동력(action))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꾸미려 하면 행정력(administration)이라고 한다. 큰 나라를 집단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집단가치의 행정가가 필요하지만, 공동체 안의 개인을 다스리는 힘은 각자의 행동력에서 나온다, 이 둘의 서로 가치가 효율적으로 연속적으로 교차할 때 파괴적 혁신의 에너지(intersectional innovation)가 나온다.

그러나 흔히 작은 조직의 참모들은 아마도 행동가 지향적이라면 대체로 큰 조직의 참모들은 행정가 지향성을 가질 수 있다. 국가라 할지라도 인구 100여만 명의 에스토니아나 30여만 명의 아이슬란드의 최근 국가혁신 과정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대기업 본사에서 일하다가 20년 전에 대학으로 옮겨온 필자의 당시 세월을 돌아보면 크게 당황하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모두 행정 체질이 주도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리라. 물론 지금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개 네트워크에서 일하는 시대라 수평적인 소통과 열린 협력을 경영의 기반으로 하리라 본다.

요즘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더 일할 기회를 얻게 되어 그 경험과 네트워크, 지식을 가지고 작은 기업이나 창업자를 도우려고 옮기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혹시 모르긴 하겠지만 창업주와 영입된 경영진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협화의 간극이 있다면 그래도 그것은 행동과 행정의 차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를 오해하면 창업주는 좋은 기업의 경험을 가진 경력자를 활용하려는 의도에 실망하게 되고, 또 큰 기업의 경험을 살리려고 온 경력자들은 부족한 직무여건과 합리성이 낮다고 보는 근로환경에 힘들어한다.

아마도 서로 다른 생태계의 탓 일게다. 요즘 경영학의 시류에 여러 가지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단어이고, 또 하나는 극한 체험(extreme experience)이라는 세계이다. 그러니까 앉은 자리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다 가질 수 있고, 그 정보가 주는 체험의 세계를 온 세상으로 확대하여 누리고자 하는 행동 가치를 일러 이렇게 표현한다. 바로 북미정상회의 중에 사인을 미루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트럼프가 구독 정보의 실상과 극한 체험의 결정을 우리에게 하노이에서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프로그램을 위해 세계를 누비며 고행을 하는 연예인도 있고, 자연 속에 원시의 고통과 자극을 경험하고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방송들도 있다. 이 모두 구독 정보 행동과 극한 체험의 가치를 미디어 상품으로 다루는 세계이다.

앉은 자리에서 가장 극적인 체험을 꿈꾸는 가장 많은 소망 중에는 부자의 꿈이 있고 그래서 그들은 관련한 구독 정보에도 참 많이 신경을 쓴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부자가 아닌 사람이 쓴 부자가 되는 이야기가 참 많다.

그런데 이 부자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남기는 정보는 대체로 행동의 결과물들이다. 우선 부자와 평범한 사람은 하루 중 일하는 시간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의 학자가 근년에 조사한 것에 의하면 대체로 50대 후반에 이루게 되는 요즘 부자들은 일반적인 미국인 보다 2000년 이후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더 일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러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는 적어도 일주일에 80시간은 일해야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혁신해 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매일 헬기를 타고 여러 곳의 사무실을 옮겨 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주의경제(attentional economy)란 단어가 있다.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큰 노력 안 들이고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얻다 보니 실제는 사람들의 주의집중이 잘되지 않는 경우를 지적하여 주의력이 부족한 개인이나 사회는 그만큼 스스로 잘 이겨내기 어렵다는 점을 지칭한 단어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주의력은 하나의 공공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점점 일하는 시간의 문제보다도 그 사회의 주의력 약화문제가 더 중요한 사회적 사상 공동화 문제라고 보는 견해들이다.

일하기 좋아하고 집중하고 몰입하는 행동을 체질로 갖춘 사람들은 대체로 돈에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고 주로 사업을 한다. 그러나 이런 사업가들이 만드는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점점 손에 편안히 쥐여주는 정보나 선택의 기회를 이용하는 가성비나 비교하고, 식당 앞에 줄을 서고, “좋아요” 하는 댓글을 올리는 삶을 매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기업이나 사회의 행동가들이 가진 리더십이나 그들이 던지는 이슈에 일반 소비자들은 늘 끌려다니게 된다, 그런 그들은 주머니에 저축이 잘 남아 있지 않고 늘 새로운 소비나 투자의 제안에 이끌려 자칫하면 자기 명의의 부채만 늘어난다. 오늘날 크게 걱정하는 대부분의 가계 부채들이 그런 배경을 가진 사회적인 소산들이다.

트럼프와 김 정은 이란 정치가가 요즘 글로벌 정치무대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한 사람은 80을 바라보는 노련한 사업가 출신이고, 한 사람은 30대의 절대권력 승계자로, 트럼프는 개방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행동가이고, 김정은은 폐쇄 정부의 공산 지도자이다. 한 사람은 인류가 공통으로 원하는 영구적인 핵실험을 깨려는 행동 정보(competence destroying innovation)를 무기로 가지고 있고, 한 사람은 자국의 경제발전 행정구상(competence enhancing innovation)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 이 게임은 과연 누가 승자일까.

결국, 이번 일은 인류 공동의 혁신주제를 가진 미국의 주도권을 예상하게 되고, 우리 정부도 그 점을 예단하고 미국의 입장을 감안한 중재 노력을 하리라 본다.

마찬가지로 같은 직장 안에서도 창업가와 종사자들 사이에는 미래의 꿈과 비전의 확신 차이가 늘 존재한다. 누구는 자기 사업의 무한한 가능성과 전망을 보고 달려오고 있고, 누구는 편안한 여유 생활이나 소박한 노후연장을 기대하고 있다면 이는 정말 서로 다른 세상이다. 그래서 고급지식의 경영전문가라도 막 성장하는 작은 기업에 초빙되어 오면 자기 할 일을 찾거나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오늘날 청년들의 일자리 만들기도 그런 문제가 있다. 흔히 국가를 맡은 고위 경영자들이나 전문공직자들이 모두 안정된 삶의 길을 걸어오는, 그래서 자신은 지금 미래의 도전이나 꿈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인데, 그들의 손에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와 재정 능력이 달려 있다. 그들은 자연히 손쉬운 공공의 일자리 만들기에 손이 먼저 가지, 젊은 국민들 에게 험난한 광야에서 창업에 도전하도록 하는 강력하고 용기 있는 국가 환경이나 사회 체질을 만들어 주는 데는 많이 부족하다.

요즘 우리 사회가 많은 부문에서 정부 역할이 커지고 있고 시장의 역할은 작아지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 복지, 안전, 인권 등의 문제들은 공공의 역할이 커지면서 변화가 많아지지만, 일, 직업, 작업, 성과, 혁신 등의 문제는 시장에서 다루는 다양하고 활기 넘치는 개별적 삶의 주제들이라 그 진도가 정부 의욕만큼 신통치 않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안전한 환경, 좋은 건강, 목적이 있는 삶, 의미 있는 관계, 안정된 재정을 원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거룩하고 이상적인 것들을 하기 좋고 듣기 좋은 말이라고 국가나 리더가 다 약속하고 지킬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무역마찰이나, 자국 생산 체인 구상 등 여러 가지 경기제어 조치들로 세계 경제가 2018년 연말부터 사실 조금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리 반도체 수출이 그런 요동을 지금 눈앞에서 바로 보여주고 있다.

이럴수록 넘쳐나는 사회적 행정서비스 수요의 주도력에 밀려 우리 사회가 그동안 기르고 갖추어온 국민의 자발적인 행동력의 후퇴나 전투력 손실이 없도록 저마다 자신의 내면을 잘 독려할 때이다. 소소한 행복과 소박한 일상은 누구나 그리지만, 지구 역사의 중심으로부터 머나먼 극동의 작고 가난한 나라였던 우리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 외출복이다. 우리는 늘 땀방울이 가득 배인 작업복과 팔뚝의 근육에서 내일의 힘을 기른 나라이다.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자.

엄 길청(글로벌경영평론가/글로벌캐피탈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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